노숙인 건강과 공중보건의 교차점 – 예방 중심 복지의 실천 전략
노숙인의 삶은 단순히 ‘주거 문제’로 요약되지 않는다. 노숙은 만성질환의 실태, 정신건강 위기, 약물 의존, 의료 접근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얽힌 공중보건의 문제다.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노숙인 집중 단속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압박 속에 추진되고 있지만, 건강관리 관점에서 보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리스크가 높다. 정책은 질서를 앞세우나, 건강은 지속성과 접근성을 필요로 한다.
노숙과 질병 – 임상현장의 데이터가 말하는 것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연구에 따르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일반 인구에 비해 조기 사망률이 3배 이상 높고, 당뇨병, 고혈압, COPD, 정신질환, HIV와 같은 만성질환 보유율도 훨씬 높다. 특히 ‘스트리트 메디슨’(Street Medicine)이라 불리는 거리 의료팀들은, 환자가 지정된 진료실이 아닌 거리에서 치료받는 특수한 의료 형태를 통해 이들의 건강을 간신히 유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는 노숙인 캠프 철거 조치와 강제 이동은 이러한 연결고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진료 예약 손실, 필수 의약품 분실, 신분증 망실은 결국 질환 악화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복지 실패가 아니라 건강 수명과 자가 관리 능력의 붕괴다.
예방의학적 접근 – 주거 안정이 곧 헬스케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중 하나로 ‘안정된 주거’를 명시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Medicaid 등 공공의료보장시스템은 최근 노숙자 의료비 지출이 장기적으로 증가함을 인지하고, 주거 지원과 건강관리 통합을 위한 시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쉘터 제공을 넘어서, 정신건강 상담, 만성질환 관리, 약물치료 이행 등을 포함하는 라이프스타일 기반 건강설계다.
문제는 물리적 강제 조치가 이 통합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의료 데이터 로스, 관리중단, 환자 이탈은 치료비용 증가와 공공의료 시스템 부담으로 귀결된다.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염 가능성 높은 환경에서 건강관리 시스템 연결이 끊긴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 비용을 넘어서 전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숙인의 건강 루틴을 설계한다면 – 유연성 있는 시스템이 해답
“당신의 건강 루틴은 설계되어 있습니까?”라고 자문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일상에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노숙인들은 적절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정기적 운동이라는 기본 루틴부터 구축할 수 없다. 그렇기에 공공의료 시스템은 단기 대처보다 ‘안정된 루틴’를 만들어주는 구조적 개입, 즉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연계된 주거 기반 복지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일부 도시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계된 건강 모니터링, 모바일 앱 기반 예약 시스템, 지문 인증으로 의료 기록을 유지하며 이동 가능성을 전제로 한 헬스케어 접근성을 실험 중이다. 이는 낙오 위험을 줄이는 ‘회복 중심 의료’다. 한국의 통합복지행정망, 마이헬스웨이 플랫폼 또한 이런 구조적 접근에 대비할 수 있는 모형이 될 수 있다.
건강 지키기 위한 실천 팁 –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할 ‘기초 헬스권’
- 고위험군 스크리닝: 스트리트 메디슨 대상자나 비주택 거주자는 모바일 헬스케어를 통해 당·혈압·정신건강 위험군 분류 우선 시행.
- 자가관리 키트 제공: 응급처치, 1회용 위생도구, 혈당측정기 및 약 복용 캘린더가 포함된 키트를 통한 자율 관리 지원.
- 병원 전 방문 체크리스트: 진료 이력, 현재 복용약 정보, 신분증 대체 서류, 기초 설문지가 포함된 앱 기반 인터페이스 개발 권장.
- 지역 커뮤니티 기반 건강증진 활동: 정신건강 지도자, 서포트 그룹, 약물 중독 탈피 프로그램과 연계.
노숙 문제는 단순한 도시미관의 집중단속 대상이 아니라, 공공의료 시스템과 예방의학 전략이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모든 사람의 건강 루틴에는 ‘지속 가능성’과 ‘접근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복지와 법이 아닌, ‘건강’이라는 언어로 문제를 재설계할 때다.
